“SM 인수 목적 아니다”는 카카오, 거짓이라면 처벌 가능할까
탁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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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3 08:22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에스엠은 지난 7일 카카오와 맺은 신주인수·전환사채 계약의 목적이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입지와 제휴를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공시했다. 하이브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지분 인수의 목적을 “경영권 영향”이라고 공시한 것과는 대비된다. 하이브와 달리 카카오는 에스엠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카카오가 인수전에 뛰어들면 앞선 공시가 거짓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듯 주요사항 공시에 거짓을 기재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하면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를 받는다. 이번 공시의 경우 에스엠이 올린 것이어서 제재를 받는 대상도 에스엠 쪽이 된다.
에스엠이 꺼내 들 만한 논리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것이다. 7일 공시 당시에는 카카오가 경영권에 관심이 없었지만 하이브의 등판으로 생각이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하이브가 카카오의 직접적 경쟁사인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이런 주장도 설득력이 없는 건 아니다. 에스엠이 경쟁사의 영토로 넘어갈 가능성이 생기자 아예 경영권을 가져오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도 에스엠이 이렇게 주장할 경우 공시의 거짓 여부를 입증하기 힘들 수 있다.
다만 하이브가 공식적으로 참전하기 전에도 이미 경영권 분쟁의 정황이 존재했다는 점은 에스엠에 불리하게 작용할 요인이다. 에스엠은 지난달 20일 이 전 총괄 프로듀서와의 프로듀싱 계약 종료를 발표하고 “지배구조 개편”을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카카오와 맺은 계약도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반대 속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쟁점에 대해서는 법정에서도 시시비비가 가려질 전망이다. 에스엠-카카오 계약 직후 이 전 총괄 프로듀서는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여기서도 카카오가 주식을 취득하는 목적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상법에 따르면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새 주식을 배정하는 것은 경영상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된다. 신기술의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대로 경영권 방어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등의 경우엔 금지된다. 원칙적으로는 제3자가 아닌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인수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때문에 법원이 에스엠-카카오 계약의 목적을 경영권 쟁탈로 볼 경우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게 된다. 이 경우 ‘전략적 제휴’를 주장한 에스엠의 공시도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기일은 오는 22일로 예정돼 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803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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